다산 출판사의 북카페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나나흰)'는 이 출판의 대표적인 작품인 백석의 시에서 따온 것이다. 눈 내리는 날 나타샤를 기다리는 천재 시인 '백석'과 "내 사랑 백석"이란 책을 내고 죽을 때까지 그를 그리워했던 여자 '자야'의 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이 깃든 시이다.
부모의 반대로 기생이었던 자야와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함흥으로 떠나면서 백석은 미농지 봉투 하나를 남긴다. 미농지봉투를 뜯어보니 백석이 친필로 쓴 한 편의 시 '나와 나탸샤와 흰 당나귀'가 들어있었다. 백석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나타샤를 자야에 빗대어 이 시를 썼다고 하니 자야의 감격은 말해 무엇하리. 후에 그가 운영하던 1000억 상당의 요정을 길상사(법정스님)에 기부하면서 이 재산도 백석의 시 한줄만 못하다는 명언을 남겼다고.
이렇게 멋진 시 제목을 간판으로 내 건 북카페를 합정 골목을 오가며 발견한 뒤로는 언젠가 한번 가봐야겠다고 찜해 둔 곳이었다. (2013년 8월 오픈)어느 휴일 오전 합정역 3번 출구로 나와 휘적휘적 걸어서 찾아가보니 무려 24시간 운영! 찜질방도 아니고 북카페가 24시간 운영한다는건 처음이다. 홍대 인근에는 이런식으로 출판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북카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이걸로 차별화 포인트를 삼은 듯(월요일 밤에만 휴무). 출판사 브랜딩도 하고 수익도 챙기고 재고처리도 하고 1석 3조니 말이다.
요즘 카페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트렌드인가보다. 밤늦게 집 가까운 곳에 편하게 찾아갈수 있는 이런 24시간 북카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헤리포터의 작가인 조앤롤링도, 생떽쥐베리가 어린왕자를 쓴 곳도 집 앞 작은 카페였다는데 말이다. 나도 북카페가 많은 홍대로 이사오고 싶다~
나나흰에는 북카페의 기본 조건은 다 갖춰져 있다. 테이블마다 콘센트를 설치했고 조명에도 신경을 썼다. 칸막이나 1인석 등이 많아서 프리랜서나 작가 들이 눈치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조용한 면학 분위기가 조성된 곳이다. 촬영을 하는 것이 눈치보일 정도로 조용하다.
북카페 중에서는 규모가 꽤 넓은 편이고, 분위기가 너무 경직되어 있지도 않고 적당한 것 같다. 1인석이 많아서 주로 혼자오는 사람이 많아보였다. 나나흰의 모든 음료를 마신후 1회 리필로 더치커피를 2천원에 판매하고 있어 굿! 다만, 이곳만의 특색있는 음료를 개발하거나(대부분 생과일보다는 원액을 이용한 듯), 야외 테라스에서 피는 담배가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조금 불쾌했다.
'홍대리'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인문이나 실용서에서 별다른 히트작을 찾기 힘든 다산 출판사이지만, 이곳에서는 10~50% 할인 판매를 하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관심이가서 읽고 싶은 책이 별로 없어서 내가 가져간 책을 읽어야 했다.
예전에 행사 준비하면서 이곳을 통째로 빌려준다고 해서 알아본적이 있는데 대여비가 만만치 않았던 기억이 난다. 출판사에서 직영하는 북카페이니 만큼 저자 사인회나 다채로운 소통 프로그램을 함께 마련해 문화적인 공간으로 더욱 성장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커피는 5,000원, 차나 음료는 6,000원선인데 이집에서 유일하게 청을 담근다는 레몬이라고 해서 레몬 홍차를 주문했다. 리필로 따뜻한 더치커피도 마시니 본전 챙긴 기분이랄까 ㅋㅋ
오늘은 하루키의 '여자가 없는 남자들'을 꼭 다 읽고 말리라!
카페 한가운데 자리한 백석의 동명 시를 다시 읽어보니 어쩐지 애로틱한 느낌도 들고 좋구나~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다음 북카페 탐방 목표는 이동진의 `빨간책방' 카페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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